모두가 좋아하는 에케베리아 라우이. 학명 라틴어 해설 칼럼에도 썼지만, 사실 이 식물 이름은 바로 '라우' 씨의 이름을 딴 거예요. 그런데 가만히 보면 라우이란 이름, 정말 여기저기 많이 보이지 않나요? 마밀라리아, 코피아포아, 에리오시케 등등... 게다가 '라우026' 같이 일련번호 같은 아이도 있죠.
그렇다면 이 '라우' 씨는 도대체 어떤 분이었을까요?
이번에 여러 자료를 조사하면서 알게 된 것은, 많은 식물 소개글에서, 알프레드 라우라는 인물을 단순히 '이름의 유래' 정도로 간단히 언급만 할 뿐, 정작 그의 진면목을 깊이 다루지 않거나 심지어 오해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그런 얕은 정보에 그치지 않고, 라우 씨의 진짜 업적을 올바르게 전하고 싶어 정리해보았습니다.
본명은 Alfred Bernhard Lau(알프레드 베른하르트 라우). 통상 '독일의 ~'로 소개되는 것처럼, 독일 졸링겐 출신입니다(1928년 8월 5일 출생). 그리고 1947년(19세)에 영국으로 건너가 All Nations Bible College에서 식물학과 신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취득했어요. 1952년(24세)엔 미국으로 이주, 1955년(27세)에 Anni Siemers와 결혼(둘 사이에 7명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이후 1957년(29세)엔 멕시코 코르도바로 이주하여, 2007년(79세에 심장 질환으로 별세할 때까지 대부분의 활동을 멕시코와 남미 일대에서 이어갔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선 콜스타아카데미에서 중학교 2학년을 가르쳤습니다. 멕시코로 옮긴 후에는 선교사로의 삶이 중심이었지만, 멕시코 남부 원주민 소년들을 집에서 홈스테이로 받아 교육하고 사회로 내보내는 교육사업에도 열정적이었다고 해요. 그렇게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나중에 의사, 엔지니어, 변호사, 교사 등으로 활약하게 될 정도로 영향력이 컸습니다.
이러한 교육 및 선교 활동의 자금 마련을 위해, 멕시코 현지에서 채집한 선인장과 난 씨앗을 수출하는 사업도 직접 했습니다. 제자들과 함께 식물 탐사를 다니며 다수의 신종을 발견하기도 했죠. 이러한 활동을 통해 전 세계에 식물 수집가, 가이드로서의 라우 씨 명성이 잘 알려지게 됩니다.
1968년(40세) 이후, 말년까지 페루·볼리비아·아르헨티나·에콰도르·칠레 등지로 탐험을 다니며 이 지역 선인장, 브로멜리아, 난의 권위자로 인정받았어요. 라우 씨의 이름이 붙은 식물이나 직접 발표한 신종들이 등장한 것도 1970년부터라, 바로 이 무렵부터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 셈입니다.
다만, 활동 자금을 선인장 씨앗 수출에 의존했던 라우 씨였지만 현재는 멕시코에서 선인장 수출이 사실상 전면 금지되어 있습니다. 즉, 그가 현장에서 열정적으로 움직이던 시절 어느 순간 갑자기 생계가 막혀버린 거죠. 게다가 멕시코에서 추방당하기까지 했습니다(정확한 연도는 문헌마다 명확치 않습니다). 그 이후 잠시 인접국 벨리즈에 거주했으며, 마지막에는 멕시코에 재입국할 수 있게 됐지만, 그로부터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아래는 라우 씨가 직접 발견한 다육식물들 일부입니다.
무엇보다 에케베리아 라우이가 제일 유명하죠. 1974년 멕시코 오악사카주에서 그가 처음 찾아낸 식물입니다. 이후 학술적으로는 Moran과 J Meyran이 1976년에 신종으로 발표합니다. 라우 씨의 이름이 식물명에 많이 남아있는 까닭은, 그가 주로 신품종을 발견·채집까지 하고, 학술 논문 집필은 다른 식물학자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공로를 기려 라우라는 이름으로 명명한 사례가 많았던 것입니다.
※ 라우 씨가 직접 논문을 쓴 경우도 있지만, 본인이 최초로 이름 붙인 식물에 본인 이름을 쓰진 않았습니다. 이는 라우 씨 뿐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신종을 발견해도 자신의 이름을 직접 붙이는 일은 드뭅니다.
Chuck Staples 『Alfred Bernhard Lau』
학술 논문으로 정리된 자료. 라우 씨가 발표한 품종 리스트뿐만 아니라 연표, 가족 구성까지 꼼꼼히 수록. 가장 신뢰도 높은 정보입니다. 유료 자료임.
Peter Steyn『A famous botanist and a Kekchi Mayan family in Belize』
라우 씨가 멕시코에 재입국 허가가 나기 전, 벨리즈에 머물고 있을 때 실제 저자가 집을 방문했던 당시를 생생하게 담은 리포트. 인품까지 전해지는 따뜻한 글입니다.
이렇게 간략하게나마, 알프레드 라우 씨의 삶과 활동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저 역시 라우이에 대해 소개글에 '독일 출신의 수집가'라고 썼었는데 (참고한 문헌이 그렇게 적혀 있었으니까요!), 그것이 그의 한 면만을 본 단어였단 걸 새삼 깨닫고, '독일 출신 식물학자'라고 다시 적게 됐습니다. 물론, 그 외에도 선교사·교육자·자선활동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하셨으니, 맥락에 따라 알맞은 수식어를 붙이는 게 맞겠지요.
다육식물을 키우다 보면 익숙하게 들리는 여러 이름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과거 수많은 사람들이 이 분야에 애정을 쏟았고, 각자의 방식으로 기여해 왔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업적을 후대에 제대로 남기기 위해서라도, 앞으로도 '다육식물 인물전'을 꾸준히 소개해드릴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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