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육식물 도감을 편집하다 보면 '이 하이브리드는 ○○님이 만든 것'이라는 정보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에 등장하는 이름은 의외로 늘 몇몇 사람들뿐. 그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오늘 소개할 '딕 라이트'입니다. 그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만들어낸 걸까요? 자세히 알아봅니다.
딕 라이트 씨는 1928년 미국 캘리포니아 출생입니다. 1958년부터 에케베리아 교배를 시작해, 1975년에 가족과 함께 캘리포니아주 팔브룩으로 이주해 직접 너서리를 열었습니다. 그러던 중 1985년 화재를 겪으면서 너서리와 수많은 다육식물 묘목을 잃게 됩니다. 오랜 연구 성과마저 소실되어 너서리도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딕 라이트 씨는 고령임에도 소방 훈련을 받고 지역 소방대원으로도 활약했습니다. 또 시립 공원의 레크리에이션 위원, 수도국 감독관 등 다양한 일을 했다고 해요. 물론 다육식물 개발 역시 멈추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품종을 발표했죠. 너서리는 이후 아들 크레이그 씨가 이어받아 캘리포니아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딕 라이트 씨가 만든 하이브리드 품종에는 가족들의 이름이 많이 붙어 있어 가족 구성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습니다. 아내분은 두 분으로 Jane Naylor 씨와 Ruth Jane 씨, 아들 Kraig 씨, 딸 Candy 씨(그 외에도 더 있을 수 있습니다), 어머니 Arlie 씨. 그는 가족을 무척 소중히 여겼던 것 같습니다.
※ 너서리 근처에서 군대가 훈련 중 마른 덤불에 불이 붙으며 화재가 번졌고, 그때 딕 씨는 두 다리 모두 골절을 입고도 일주일간 알아차리지 못해 오랫동안 걷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자세한 이야기는이 영상에서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원예 작가 데브라 리 볼드윈 씨가 직접 딕 라이트 씨의 너서리를 방문해 ‘에케베리아 키우는 법’을 들은 인터뷰 기사가 있어, 그 중 주요 내용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에케베리아의 대가가 들려준 관리법, 함께 살펴볼까요?
통풍을 잘 시켜줄 것. 에케베리아는 건조한 공기를 좋아하고, 고습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또 통풍이 잘 되면 해충 예방도 됩니다.
이상적인 낮 기온은 20℃, 밤에는 4~15℃. 토양 온도가 38℃를 넘거나 0℃ 이하가 되면 견디지 못합니다. 겨울 밤에는 히트 매트를 사용하고 있다고 해요.
흙을 충분히 적신 뒤, 완전히 마를 때까지 다음 물주기를 기다립니다. 생장기에는 흙을 촉촉하게 유지하고, 휴면기에는 물을 매우 적게 줍니다.
배수가 잘 되고, 비옥한 흙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딕 라이트 씨의 배합은 경석 또는 펄라이트 60%, 퇴비 20%, 세척 콘크리트 모래 20%. 다소 생소한 소재지만, 강모래 같은 느낌일까요? 퇴비가 듬뿍 들어가고, 나머지는 물을 잘 배출하는 가벼운 암석류입니다. 이 점은 일본 일반적인 다육 배합토와 확실히 차이를 느낍니다.
에케베리아가 꽃을 피우려면 강한 빛과 지속 시간 둘 다 중요합니다. 여름에는 햇빛 세기가 강해 남향 햇볕을 하루 2시간 정도만 맡겨도 충분하다(캘리포니아의 일조 환경은 일본과 크게 다를 수 있어요). 겨울에는 밤이 길기 때문에 전구로 빛을 보충해주고 있습니다. 한 방향으로만 오랜 기간 햇빛을 쬐면 균형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화분을 정기적으로 180도씩 돌려줍니다.
유명한 품종이 많지만, 우선은 딕 라이트 씨 본인이 아끼는 품종을 직접 소개한 소중한 영상에서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Jane Naylor : 먼저 세상을 떠난 첫 부인의 이름
Ruth Jane : 재혼한 부인의 이름
Gloaming : 96점. 대형 혹 프릴 에케베리아. 색, 프릴 크기, 혹의 밸런스가 뛰어난 최고의 걸작.
Phoenix : 90점. 잎이 가늘고 통 모양으로 자라는 혹이 많은 에케베리아
Cyana : 프릴이 달린 에케베리아. 겨울에는 파랗게 변함
Candy's Best : 95점. 프릴 안에 듬성듬성 혹이 드러나는 신기한 조합. Candy는 장녀의 이름에서 따옴.
Dick Wright (Mojave) : 원래 이름은 '모하비'였지만 부인(Ruth씨)이 '딕 라이트'로 명명함
Copper Penny : 동전 같은 붉은 갈색 프릴 에케베리아
Baron Bold : 플로리다 원예상 수상, 유명한 대형종
Gypsy : 대형 프릴 에케베리아
Goliath : 이 역시 대형 프릴 에케베리아. 120cm 크기까지 자란 적도 있었다고.
Cobra : 가느다란 잎이 분수처럼 솟으면서 늘어지는 모습이 코브라를 닮음
Evergreen : 깊은 자주색 프릴 에케베리아
Dark Desire
Virginia Lee : 아버지의 막내 여동생(고모)의 이름
딕 라이트 씨 특집을 준비하면서도 사실 '프릴'과 '혹'이 많다고 느꼈는데, 정작 본인도 정말 '프릴'과 '혹'에 애정이 많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프릴 혹 에케베리아라면 단연 딕 라이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리고 이렇게 멋진 대표작품들 대부분은 일본에선 거의 보기 힘든 희귀종. 앞으로 긴 시간 천천히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전부터 이름이 남아 있어 먼 옛날의 인물로 상상했던 딕 라이트 씨였지만, 알고 보니 현대를 살아가는 분이었습니다. 연로하신 모습이지만 유튜브에서 직접 모습을 뵐 수 있어 큰 감동을 받았어요. 데브라 리 볼드윈 씨의 취재에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것을 쫓는 재미와 중요성은 물론 있지만, 이전 세대가 남겨준 자산 (그 기반이 있기에 오늘날이 있는 거니까요) 도 새로운 인터넷 정보망에 올려서, 다육식물 업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특전광고가 줄어 더 깔끔한 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