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육식물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가장 대중적인 ‘잎꽂이’나, 한 번에 대량으로 늘릴 수 있는 ‘씨앗 파종’ 등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자주 하는 방법은 ‘줄기 자르기’입니다. 사실 잎꽂이는 별로 하지 않아요. 그 이유는…….
실은 ‘줄기 자르기’가 가장 쉽고 확실하게 번식할 수 있어서 초보자에게도 정말 추천하는 테크닉입니다. 직접 경험을 섞어가며 소개해 볼게요.
다육식물을 비롯한 식물 번식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그중 ‘줄기 자르기’는 꽤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문자 그대로 식물의 줄기, 즉 줄부분을 잘라 새로운 식물을 키우는 방식이에요. 다육식물이 아닌 다른 식물도 줄기를 자르면 곁눈(옆순)이 올라와 가지가 늘어나는데(이걸 '적심'이라고 해요), 다육식물은 잘라낸 ‘윗부분’도 뿌리를 내리고 새 개체가 되고, ‘아랫부분’에서도 새 줄기가 나와 결국 여러 개로 번식할 수 있게 됩니다.
참고로 영어로는 Stem Cutting이라 하거나, ‘Take a cutting’이라고도 합니다.
그런 줄기 자르기, 다른 방법과 비교했을 때 뭐가 더 좋을까요?
제가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점은 바로 이겁니다. 새로운 주체가 성장하려면 에너지를 만들어낼 본체가 필요한데, 씨앗은 너무 작아 활용할 자원이 부족하고, 잎꽂이도 기껏해야 작은 잎 한 장 뿐이죠. 그런데 줄기 자르기는 ‘윗부분’도 ‘아랫부분’도 잎과 줄기, 뿌리를 제대로 갖추고 있어서 뿌리 내림과 자구(아기 식물)의 성장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릅니다.
에너지가 많은 만큼 실패할 위험도 그만큼 적다는 뜻이에요. 잎꽂이는 방법에 따라 전혀 싹이 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줄기 자르기는 경험상 거의 실패 없이 번식이 가능했습니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줄기 자르기는 ‘윗부분’과 ‘아랫부분’만 남기 때문에 만약 어느 한 쪽이 망가지면 순식간에 절반이 되어버리는 숫자의 리스크가 있습니다. 하지만 큰 무리가 없는 한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한꺼번에 다 망가지는 경우는 드물어요. 그래서 초보자분들께 가장 먼저 해보라고 권하는 ‘입문식 번식법’이 바로 이 ‘줄기 자르기’입니다. 부담 없이 꼭 한 번 도전해보세요!
취미로 다육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번식 목적은 ‘혹시 식물이 망가졌을 때를 대비한 예비 개체’를 확보하는 정도죠. 한 번에 2~3개만 늘어나도 충분하다 싶은 게 솔직한 마음입니다. 잎꽂이나 씨앗 파종은 엄청나게 많은 개체가 나오지만, 사실 그렇게 많이 필요 없는 경우가 많아요. 바로 그런 점에서 줄기 자르기는 ‘딱 적당히 2~3개’ 늘어나주니까 참 좋습니다.
# 잎꽂이나 씨앗도 ‘적게 심으면 되잖아’ 하는 말도 맞지만, 둘 다 발아가 안 되는 일이 많아 많이 심어야 그만큼 확보가 되는데, 또 막상 많이 발아하면 하나도 버리기 아까워 전부 키우게 되잖아요. 숫자 조절이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에케베리아라도, 어떤 종은 잎꽂이가 되고, 어떤 종은 잘 안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럴 때 줄기 자르기는 대부분의 다육식물에 쓸 수 있어서 점점 ‘줄기 자르기만 익히면 되겠다’로 굳어졌습니다. 그래서 저희 집 다육이 번식도 이 방법 위주로 하고 있죠.
# 물론 선인장이나 코덱스 등 줄기 자르기에 맞지 않는 식물도 있습니다.
줄기 자르기를 하면 ‘윗부분’은 휴면 상태에 들어가므로, 이 상태로 여름이나 겨울을 비교적 무난하게 넘길 수 있습니다. 줄기 자르기를 익혀두면 불안한 개체는 일단 잘라두고 계절을 넘기기 쉬워요. 게다가 계절이 지난 후에는 식물 수까지 늘어난다는 보너스도 따라옵니다.
줄기 자르기에 적합한 도구는 어떤 게 있을까요? 가까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추천 아이템을 소개할게요.
세덤이나 목대가 있는 에케베리아처럼 줄기가 드러난 식물은 가위나 커터칼로 충분합니다. 싹둑싹둑 잘라주세요.
잎이 빽빽하게 모여 있는 로제트는 가위나 커터칼이 잘 안 들어가니까 ‘실’로 잘라야 합니다. 재봉도구가 있다면 그 안의 재봉실이나 자수실을 이용해도 좋아요. 단, 절단력이 그리 좋지 않아 10cm급 대형 에케베리아에는 힘이 딸릴 수 있습니다.
구강 관리에 신경 쓰시는 분이라면 다들 있으실 ‘치실’! 얇고 질겨서 자수실보다 자르기가 쉽습니다. 1000원 샵에서도 팔고, 그걸로도 충분해요.
대형 에케베리아나 아가베처럼 딱딱한 식물엔 자수실이나 치실이 안 들어가니 금속 와이어를 사용해야 해요. 이것저것 써본 중에 가장 쉽게 만들 수 있고 사용감이 좋은 건 아이 가공된 와이어와 카라비너 세트였습니다. 더 전문적인 도구들도 있지만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입문용으로 강추! 대형 아가베도 거침없이 자를 수 있어요.
잘라낸 후엔 거의 휴면 상태로 활동이 줄어듭니다. 그 전에 충분히 수분과 영양을 채워 건강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어 두세요. 잎에 주름이 있거나 말캉한 식물은 실패 확률이 확 높아져요. 이게 곧 ‘줄기 자르기 하기 좋은 시기?’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합니다. 바로 ‘식물 컨디션이 최고가 된 시기’가 적기라는 뜻입니다.
책에선 ‘자른 뒤 하루는 건조시킨다’고 하고, 인터넷에선 ‘아니, 바로 흙에 꽂아도 괜찮다’고도 하죠. 세덤이나 에케베리아는 어느 쪽이든 괜찮지만, 개인적으론 건조시키는 쪽이 더 바람직하고, 아가베는 꼭 확실하게 말려야 해요. 이건 균에 대한 저항력이나, 뿌리가 나는 위치(에케베리아는 줄기 단면에서, 아가베는 줄기 측면에서)의 차이 덕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런저런 걸 외우는 게 귀찮아서 항상 ‘자른 뒤 하루는 말린다’를 기본 규칙으로 하고 있어요.
자르는 위치도 고민거리입니다. ‘아랫부분’(뿌리 쪽)에 잎을 많이 남길수록 그쪽에서 새싹이 나올 확률·수가 올라가지만, ‘윗부분’이 작아져 회복이 느려질 수 있어요. 저는 대략 잎 1~2줄 정도를 아랫부분에 남기는 식으로 자르는데, 가끔 너무 적게 남겨 싹이 하나도 안 나는 일도 있습니다. 다른 분들을 보면 절반쯤에서 자르는 경우가 많으니 그 정도가 적당한 듯해요.
어린 아가베는 성장점이 꽤 아래에 있어, 줄기 자른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단순히 잎만 자르고 성장점이 아랫부분에 남아버린 경우가 생깁니다. 아주 작은 아가베를 자르는 것은 추천하지 않아요(제가 이러다 실패했기에 알려드립니다).
사진을 보면, 이 개체의 성장점은 꽤 깊은 곳에 있었던 걸 알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줄기 자르기에 무리가 있었던 사례입니다.
‘자른 뒤엔 살균하세요’라는 말이 책이나 인터넷에 흔하지만,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조. 그리고 도구를 청결하게 쓰는 것. 물론 살균도 해주면 더 좋긴 하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안심하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 저희 집에선 살균을 별로 한 적 없습니다
다육식물 번식법 하면 ‘잎꽂이’가 익숙하게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줄기 자르기’가 거의 필수처럼 느껴집니다. 초보자에게도 강력 추천이니, 자유롭게 도전해보시길 바라며 이 글을 준비해봤어요. 다만, ‘사실은 잎꽂이를 못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추측엔 노코멘트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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