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질반질하고 반짝이는 비주얼 덕분에 오랫동안 인기가 많은 하월시아, 특히 오브투사. 하지만 그런 반짝임을 꿈꾸며 들여왔는데, 막상 키워보면 쭈글쭈글하고 마른 모습… 대체 왜일까요? 어떻게 하면 그렇게 반짝일 수 있는 거죠? 품종이 다른 건가요? 누가 좀 알려주세요! 도와주세요!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필요한 건 남의 조언이나 도움도 아니었어요. 단순히 "트라이얼 앤 에러"가 부족했을 뿐이었습니다.
이번 이야기는, "여러 환경에서 키워보다가 우연히 잘 자라는 아이를 발견했다"라는, 정말로 '우연'의 결과입니다. 절대로 '정답'을 알려주는 노하우 글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우연'은 여러분의 집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어요. 이번에는 그런 우연을 불러오는 '트라이얼 앤 에러 방법'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주제는 "하월시아를 반짝이게 키우는 방법"이지만, 사실 "에케베리아를 탱글탱글하게 키우는 방법"이나 "아가베를 튼튼하게 키우는 방법" 등 다양한 방식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육식물 관리법을 물어볼 때, 예를 들어 "하월시아를 탱글탱글 반짝이게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질문하는 건 전혀 잘못이 아닙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많이 물어보는 게 좋겠죠. 문제는, 답을 듣고 나서 그다음입니다.
답해주는 전문가도 질문자의 환경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늘 비슷한 대답만 돌아오기 마련이죠. 예를 들면 "햇빛은 적당히, 습도는 유지하세요"라든가요.
물론 사진을 가져가거나 환경을 자세히 설명하면 답변도 구체적이지만, 그래도 그게 꼭 맞는 답일지, 아닐지는 알 수 없습니다. 또 방향성은 맞지만 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도 있어요. '조금 더 음지에서 키워보라'는 '조금'이 얼마나인지? 그리고 전문가와 똑같이 물 주고 햇볕을 조절해도 집 구조, 흙, 화분, 심지어 날씨와 기후까지 모두 다르다는 점도 있습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온실 재배를 하지만, 아마추어는 실내나 마당에서 키우는 경우가 많아요
#참고로 전문가에게 흙과 화분에 대해 물었더니 "온실 환경이라 싼 걸 써도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왜 전문가에게 물어봐도 원하는 답이 안 나올까? 사실 이 질문은, 집에서 손톱깎이 잃어버렸을 때 '우리 집 손톱깎이가 어디 있는지 아세요?'라고 묻는 것과 비슷하답니다.
#"모르죠"가 정답이겠죠. 친절한 분이라면 '늘 손이 닿기 쉬운 거실 서랍에 두라'고 조언해줄 수도 있겠네요.
#반대로 '어디에 손톱깎이 둬야 좋을까요?'나 '보통 어디에 두시나요?'는 전문가가 답해줄 수 있죠. 이런 질문이야말로 전문가의 경험이 도움이 됩니다.
손톱깎이가 안 보이면 어디부터 찾으시나요? 생각나는 곳을 닥치는 대로 찾겠죠. 이게 '트라이얼 앤 에러'입니다. 여기려나? 하고 찾아보고, 아니면 다른 곳… 이렇게 반복합니다.
식물을 키울 때는 한 번의 트라이얼 앤 에러에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한 번 실패, 다음!'만으로는 시간이 너무 많이 듭니다(그리고 계절까지 바뀌면 결과에 혼선이 생겨요). 그래서, 여러 개의 트라이얼 앤 에러를 동시에 여러 조건으로 해봅니다. 이것이 '비교 실험'입니다. 조건별로 키우는 환경을 만들고, 식물이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는 거죠. 의외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환경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우연'을 발견하는 것이 바로 목표입니다. 환경 조건을 다양하게 할수록, 기대치 않은 '우연'을 발견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예를 들어 지금 하월시아를 야외 나무 그늘에서 일주일에 한 번 물을 주는 환경에 두고 있다고 해봅시다.
이때 '햇빛을 더 줄까 말까?' 고민이 든다면, '햇빛이 강한 곳'과 '약한 곳'을 실험해봅니다. 예를 들어, '종일 햇빛이 잘 드는 자리'와 '처마 밑 그늘진 곳'을 각각 만들어 실험하는 겁니다.
또 '물을 더 줄까, 덜 줄까?' 고민이라면, 각각의 햇빛 조건에 대해 '매일 물 주기',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등으로 환경을 구분합니다.
3✕3, 총 9가지 환경이 만들어지니 가능하다면 동일 품종, 동일 크기, 동일 화분, 동일 흙으로 식물을 9개 준비해서 각각 환경에 놔둔다면 실험이 쉽습니다.
그다음에는, 가장 잘 자라는 곳이 바로 '우리 집에서 그 식물에게 최고의 환경'인 셈이죠.
#즉 고민이 많아질수록 환경이 많아진다는 뜻?라고 눈치챈 분, 정답! 맞습니다. 과학에서는 이 고민을 '변수'라고 해요. 변수가 많아질수록 환경 조합도 곱하기로 늘어나기 때문에, 실험할 땐 될 수 있으면 변수를 적게 두는 게 원칙입니다. 꼭 필요한 변수 외에는 최대한 고정한 상태로 테스트하고, 어느 정도 감이 오면 다음 실험에서 다른 변수를 시도해보면 좋습니다.
#아마 가장 큰 난관은 "같은 식물을 9개 준비하는 것"입니다. 비용도 9배고, 그중 8개는 실패할 각오가 필요해요. 그 부분은 '수업료'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세요. 8개가 데미지를 입더라도, 최고의 환경만 찾으면 거기서 다시 회복시킬 수도 있고, 잘 키운 식물은 나중에 좋은 가격에 거래도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제가 집에서 준비한 환경은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하월시아 외 다육도 비교 실험하려고 즉석에서 여러 환경을 만들었다 보니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딱 맞는 매트릭스는 못 됐네요.
식물에게 최고라기보다는, 관리상 내게 가장 편한 '베스트 포지션'이라는 의미입니다. 넓어서 자리 배치가 편하고, LED 조도도 손쉽게 조절 가능하며, 무엇보다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이라 실수해도 금방 바로잡을 수 있는 자리. 당연히 하월시아에게도 좋은 환경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곳입니다.
거의 같은 위치에서, 물받이 트레이 바깥에 화분을 뒀어요. 물주기 빈도를 거의 "0"에 가깝게 하기 위한 세팅입니다.
베스토지 바로 옆에 LED를 켜지 않는 트레이를 뒀습니다. 창문에서 오는 빛 정도밖에 없어, 사실상 빛이 거의 없는 환경입니다.
재고를 보관해두는 곳 중 통풍이 가장 나쁜 구석. 이런 환경에서도 잘 견디는 건 하월시아뿐이겠지 싶어 하월시아 전용 자리로 했습니다. 좁아서 LED가 거의 '0 거리'로 비춰집니다.
...빛이 아예 닿지 않는 극도로 어두운 곳이 됐어요. 이곳은 집에서 가장 어두운 공간일지도 모릅니다.
직사광선이 들어오는 창가. LED보다 더 강한 햇빛이 드는 자리입니다. 원래는 물 주는 간격도 맞췄어야지만, 하월시아 외에도 다른 식물을 두었던지라 과습이 걱정돼 횟수를 절반쯤으로 했습니다.
비교 실험 목적이라기보단, 우연히 그런 자리도 있어서 비교 대상으로 삼아본 환경입니다. 일반적으로 하월시아에 좋다고 하는 조건에 가까운 분위기입니다.
집 주방에 두고, 눈에 띌 때마다 분무기로 습도만 주는 방식입니다. 산세베리아조차 약간 웃자람이 보일 정도로 빛이 적은 곳입니다.
제가 매일 부지런히 분무 관리를 못해서 부지런한 지인 도움으로 매일 분무만으로 물 공급을 해봤습니다.
과연 실제로 어떻게 됐을까요.
먼저 정리하자면, 파란색 부분은 "웃자람", 주황색/핑크색은 "마름(chirichiri)" 위험이 높은 자리입니다. 특히 핑크 구역은 물이 충분한데도 마름 현상이 일어나 주의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번 실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 2가지를 정리해봅니다.
하월시아가 마르고 탱글함을 잃는 원인은 물 부족만이라고 생각했는데, 빛이 너무 강해도 문제라는 걸 알게 됐어요. 마름 현상에 물을 더 주고 보습을 강화해도 광선이 너무 강하면 소용없습니다. 반대로 물이 부족해도, 빛이 약하고 통풍이 적당한 곳이라면 탱글함을 유지할 수 있더라고요.
물을 꾸준히 주었는데도 탱글한 상태가 안 나온다면, 과감하게 빛이 약한 곳에 놓아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빛이 부족하면 무조건 웃자란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포토스나 고사리도 안 자랄 만한 어두운 곳에서도 하월시아가 건강하게 반짝이고 탱글하게 자라는 경우도 있었어요. 어떤 조건에서 달라지는지는 이번 실험만으론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지만, 노하우로 정립한다면 책상 위같이 어두운 실내에서도 하월시아를 잘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참고로 '다육이 자리를 한 군데에만 두지 말고, 햇볕 드는 조건이 다른 여러 곳을 준비해 둔다'는 건 비교 실험과는 별개로 다육식물 관리의 기본 팁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도 언급했지만, 이번 방식은 "하월시아를 반짝이게 키우는 법"뿐만 아니라, "에케베리아를 탱글하게" "아가베를 튼튼하게" 키우는 등 어떤 다육이에도 응용할 수 있습니다. 같은 식물을 여러 개 준비해서 환경별로 관리하는 건 번거롭고 비용도 들지만, 누구한테 어떤 조언을 구하는 것보다도 "나만의 경험"이 가장 큰 자산이 됩니다. 특히 "우리 집에서 어떻게 키우냐"는 나 말고 누구도 모르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비교 실험"을 꼭 익히셔서 여러분만의 노하우를 쌓아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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