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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KUBOOK 다육식물 도감

2024.12.13 크라슐라 ‘자비초(紫蝶)’의 정체는 무엇인가?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특집

『다육식물도감 PUKUBOOK』은 개인이 취미로 운영하는 사이트라서, 오로지 내 마음대로 좋아하는 다육식물만 잔뜩 모아 소개하는, 정말 개인적인 공간입니다. 그래도 소박하게나마 사명감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모호한 채 유통되는 품종들은, 가능한 한 제대로 구분할 수 있도록 하자”라는 점입니다. 특히 이게 주요 인기 품종보다도 덜 알려져서 거의 신경도 안 쓰이는 아이들, 다시 말해 “적당히 흘러가고 있는 아이들”일수록 왠지 더 열정이 솟구치죠.

이번에는 바로 그런 “적당히 흘러가고 있는” 아이들을 조명한, 누구를 위한지도 모르겠는 특집입니다.

국내 사이트 탐색

일단 “크라슐라 자비초(紫蝶)”로 검색해봅니다.

학명까지 함께 표시한 사이트나 쇼핑몰도 보이는데, 기본적으로는 “크라슐라 클라바타 Crassula clavata”로 안내되어 있습니다. 사진도 대체로 이런 분위기고요.

이번엔 “크라슐라 클라바타”로 검색해봅니다. 그러면 이런 모습이 나옵니다.

어라? 뭔가 다르지 않나요? 이름대로 “클라바타”는 잎이 곤봉처럼 동그랗고, 평평한 자비초와는 느낌이 확실히 다릅니다. 환경 차이로 생기는 변이치고는 다름이 좀 심한 것 같고요(크라슐라는 계절 따라도 그다지 형태 변화가 크지 않으니까요). 물론 “달라서 원예품종명인 ‘자비초’로 구분해서 부르는 거잖아”라고 하면 그게 맞을 수도 있지만요.

해외 사이트는 어떨까

이번엔 “Crassula Purple Butterfly”로 해외 웹사이트들도 살펴봅니다.

앞서 본 클라바타처럼 통통한 타입과 자비초처럼 얇은 잎 타입이 함께 섞여서 나오지만, “Purple Butterfly”라고 명확히 표시된 건 얇은 잎 타입이 더 많네요. 학명도 clavata로 표기되어 있고, 이름이나 설명이 일본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역시 이게 맞는 건가 싶어지죠.

해외 생산자 카탈로그

그런데, 제가 자주 참고하는 중국 생산자분의 카탈로그에는 “紫蝶 Crassula platyphylla”라고 적혀 있었어요. 이게 최초의 계기가 되었죠. “자비초가 플라티피라인 건가?” 해서 알아보니, 인터넷 어디를 가도 다들 “클라바타”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럼 “생산자가 착각한 거네?”라고 할 수밖에요.

그래도 한 번 “Crassula Platyphylla”로 검색해봤더니…….

“자비초”는 이쪽 아닌가요?

GBIF 살펴보기

여기서 등장하는,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자료는 식물학 명칭 데이터베이스인 GBIF입니다. PUKUBOOK을 시작할 무렵만 해도, 이런 데이터베이스들은 이름만 덩그러니 있을 뿐, 거의 아무 정보가 없었는데, 요즘 GBIF는 자생지뿐만 아니라 정확한 분포, 현지에서 촬영한 실제 서식지 사진, 그리고 논문에 첨부된 허벌리움(실제 표본) 이미지까지 제공돼서 비전문가도 어떤 식물인지 제법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단하죠, GBIF.

클라바타는 바로 이런 모습입니다.

플라티피라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원래 둘 다 “누디카울리스”의 변종이기 때문에 닮기도 했고, 비슷한 형태의 사진도 여러 장 확인할 수 있지만, 그래도 역시 클라바타는 통통한 잎, 플라티피라는 넓적한 잎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자비초”는 “플라티피라”와 더 닮은 것 같지 않나요?

결론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식물학자도 아니고 유전자 분석을 해본 적도 없어서, 어떤 식물 개체가 어떤 원종과 정확히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GBIF의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같은 원종 내에서도 계절 때문인지, 개체 차이인지는 알기 어렵지만 여러 형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자비초가 클라바타 중 평평한 잎을 가진 개체만 선발된 경우일 수도 있겠죠.

다만, 명확하게 “자비초=클라바타”라는 증거가 확실히 나오지 않는 한, “클라바타 자비초”란 표기는 사용하지 않겠다가 이번 결론입니다. PUKUBOOK은 어느 한 가지가 정답이라고 단정하는 도감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모두 기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무리 해외 카탈로그라도 “자비초=플라티피라”일 가능성도 남아 있기 때문에 “자비초”는 “크라슐라 자비초” 페이지에만 올리고, 클라바타와 플라티피라 양쪽 모두에 링크를 연결하도록 하겠습니다.

자비초
클라바타
플라티피라

여담

이런 고민과 조사들을 평소에 틈틈이 모으고, 그 작은 정보들이 쌓여 PUKUBOOK이 만들어집니다. 지금은 거의 필요 없는 이 정보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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